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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사람들


이성호 목사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밤이 되니까 날씨가 더 추워집니다. 우리 교회 친교실에 열 두 개의 텐트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매년 10월에서 4월까지 6개월 동안 우리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에 있는 교회들은 돌아가면서 2주씩 집없는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카운티에서 모든 홈리스들에게 주거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그럴 수 있는 공간과 물자를 확보하지 못하자 교회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콘트라 코스타 지역 교회연합회에서는 회의를 하고 한 교회에서 2주씩 이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교회는 현재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2년째입니다.

콘크라 코스타 지역에 집 없는 사람들이 5천 명입니다. 그런데 많은 홈리스 쉘터들은 개인들이 들어가기는 좋지만 남자 동과 여자 동이 분리되어 있어서 한 가족이 들어가서 사는데는 불편함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연합회에서는 집 없는 가족들만 받기로 했습니다. 현재 우리 교회에 와서 기거하는 가족이 12가족, 그래서 텐트가 12개입니다. 친교실은 탁 트인 공간이라 가족들의 사생활을 위해 한 가족당 하나씩 텐트를 사주고 그곳에 기거하게 합니다. 가장 어린 아이는 생후 2주 된 아이이고, 가장 나이든 사람은 60대입니다. 인종도 백인, 흑인, 히스패닉이 다 있는데 아시안은 없습니다.

저녁 5시가 되면 우리 친교실의 문을 엽니다.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어른들은 신문을 읽고 쉬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6시 반이 되면 저녁을 먹습니다. 자원봉사자와 무숙자 가정들이 다 모여 저녁을 먹고 치우고 9시가 되면 취침합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자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할 수 있게 하고, 교회협의회에서 채용한 유급 간사가 밤을 지새우면서 보초를 섭니다. 아침 6시면 기상을 하고 시리얼에 우유, 식빵, 혹은 베이글 등으로 아침을 먹고 7시면 모두들 학교와 직장으로 나갑니다.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오아시스라는 시설에 가서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책도 읽고 서로 사귀면서 지냅니다. 오아시스는 교회협의회에서 공동 출자해서 만든 쉼터 공간입니다. 한인 봉사회관 같은 개념입니다.

미국 교회를 하니까 교인들이 영어를 잘 해서 이렇게 카운티와 시청, 지역사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참 편합니다. 한국 교인들은 돕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서 밥 해주고 헌금하고 웃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교인들은 무숙자들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상담도 하고, 카운티 공무원들과 함께 계획도 짜고 실행도 합니다. 그래서 한 교회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교회가 같이하고, 교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함께 하고, 그리고 지역사회 기업들이 동참합니다. 이번에도 스타벅스는 커피를 내고 세이프 웨이는 빵과 우유를 주면서 동참합니다.

저는 바이올린을 배우는 초등학생이 연습을 하길래 같이 바이올린을 가지고 연습을 했습니다. 다른 교회에서 혼자 연습하다가 우리 교회에서는 목사님이 같이 해 주니까 정말 좋아합니다. 함께 연습한 “빤짝 빤짝 작은 별”을 연주할 때는 무숙자들 공동체 모두가 함께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고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연습하면서 어디다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이 한 번의 연주로 그 어린 아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 그 동안 고생하면서 연습한 것이 다 보상받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렇게 웃고 함께 지내면서 2 주간이 지나면 다른 교회로 가기 위해 짐을 쌉니다. 그래도 그들이 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웃으면서 보내줍니다. 그런데 4월의 마지막 주간을 맡은 교회들은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 교회를 떠나면 이제는 거리와 공원으로 가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거리의 생활이 힘들겠지요. 그래서 6개월 동안 사회 복지사들이 개인 상담을 하면서 자립 계획을 세웁니다. 4월에 방을 얻어 나갈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저축을 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대부분의 가족들은 6개월 방세를 내지 않고 모은 돈으로 여름에는 아파트를 얻어 6개월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10월이 되면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그렇게 몇 년 고생하면서 차차 자립해 나가는 가족들을 볼 때 우리 교인들은 보람을 느낍니다. 어떤 분들은 1년 만에 자립해서 그 다음 해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다시 만나서 반가운 얼굴을 대하기도 합니다.

제일 마음이 찡한 때는 매년 10월에 있는 합동 추모예배입니다. 카운티와 프로젝트 호프라는 비영리단체가 공동 주관하고 우리 교회가 장소를 빌려주어 드리는 예배입니다. 작년 10월에는 50명의 무숙자 합동 추모예배를 드렸습니다. 2010년 10월 추모예배 이후 2011년 10월까지 길거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종을 치고 초에 불을 붙입니다. 화면에는 그들의 사진이 비춰집니다. 거리에서 함께 생활한 무숙자 공동체의 친구들이 와서 함께 울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 때는 조국을 위해 싸운 군인들, 한때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던 알콜 중독자들, 마약에 중독되는 바람에 이혼과 파산과 감옥행을 경험한 남녀들, 정신병동과 거리를 왔다 갔다 하다가 끝내 거리에서 죽은 이들, 한 분 한 분의 이름이 불려질 때 그들을 사랑했던 이들이 숨죽여 웁니다.

저는 그렇게 설교합니다. 이분들은 집 없는 사람들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사실 이분들은 천국에 집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모두에게 천국에 집을 마련해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제 이들이 본향을 찾아간 오늘, 우리들은 이분들의 삶을 기억하고 이들이 사랑했던 것들을 기억합니다. 이름없는 길 가의 풀들, 거리에서 만난 집 없는 강아지, 어쩌다 눈이 마주쳐 커피를 사준 아저씨, 말 없이 안아주고는 떠나간 아줌마, 그리고 파란 하늘에 무심히 지나간 구름, 가을 외투를 적시던 빗방울, 얼굴을 스치던 바람, 연락이 끊긴 어머니,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멀리서 보고 피해가던 친구들, 지금 모여 울어주는 무숙자 동료들, 귀하지 않은 순간이 없고, 사랑하지 않은 얼굴이 없습니다. 이제 이들을 기억하는 이 순간이 사랑으로 영원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축도가 마치면 모두 본당 밖으로 나가 하늘을 향해 비누방울을 만들어 날립니다. 잠시 살았던 삶을 기억하면서, 비누방울이 햇살에 반짝이며 만드는 무지개가 그들의 미소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하늘 높이 나는 그 비누방울이 본향을 향해가는 그들의 영혼이라고 믿으면서 작별인사를 합니다. “안녕, 다 사랑하지 못했던 이들이여!”

추모 예배를 마치고 공동의 식사를 나누면서 저는 문득 이런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이 순간 교회 친교실이 정말 내 집이구나! 그리고 이 무숙자들이 나의 가족들이구나!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우리들에게 집없는 이들은 정말 우리들의 가족입니다. 우리 가족들이 다 잘되고 행복하기를 빕니다. 일생을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감사로 넘치는 삶을 살기를 축복합니다. 오늘 밤에도 밖에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차지만, 텐트 안에서 낄낄대는 어른들, 칭얼대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져 혼자 축복 기도를 합니다.

글쓴이: 이성호 목사, 콩코드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3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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