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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NGstones (2017년 2월호) - 장기 목회를 위해서

교회도 우리 인간의 생명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정점을 유지하다가 쇠퇴와 죽음에 이르는 생명주기가 있다. 비전을 세우고 자라면서 구조를 갖추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생동하는 교회로 자란 후에는 유지하는 단계에 접어드는데, 이때 다시 목회 현장과 커뮤니티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비전을 분별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은 쇠퇴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연합감리교회는 파송 받은 목회자가 한 교회에서 평균 4년 정도 목회하고 다음 파송 교회로 옮기는 것이 보편적인 예였다(물론 한인 교회는 아주 다르지만). 그러나 지난 2010년 미국 내 연합감리교회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인 행동으로의 부르심(Call to Action)에 의하면, 살아있고 성장하는 많은 교회의 경우 효율적인 목회자의 리더십이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밝혀진 바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장기 목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제기된 적이 있다. 이제는 연합감리교회 파송제도 안에서도 장기 목회의 가능성에 관한 관심과 강조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1. 먼저 장기 목회를 위한 기본적인 기초는 목회자와 평신도 성도들 사이에 세워지는 사랑과 신뢰의 관계(Relational Vitality)이다.

한 목회자가 한 교회에서 10년, 20년 섬기게 되는 것은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에 서로 믿고 함께 섬기는 좋은 파트너십이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이 관계의 기초 없이는 한 교회에서 장기간 목회할 수가 없다. 이 좋은 관계는 먼저 교회의 선교적인 필요(Missional Needs)와 목회자의 은사와 리더십이 잘 맞을 때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목회자의 사람됨이 정직하고 거짓이 없어야 하며(Honesty), 목회가 효율적(Effective)이고 열매(Fruitfulness)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회자와 성도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2. 장기 목회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공부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신학교에 다닐 때, 부흥회에 오신 한 강사의 말씀 속에서 기억되는 것이 있다. 그분은 목회에서 단거리 선수가 되지 말고 장거리 선수가 되라고 격려하면서, 장기 목회는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도전과 성숙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목회지를 자주 옮기다 보면 지난번 교회에서 사용했던 자료들을 계속 이용하려는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장기 목회를 하게 되면 같은 교회, 같은 성도들 앞에서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할 수 없기에 그만큼 교회와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목회 여정에서 연장교육은 중요한 배움의 기회였다. 연합감리교회에서 매년 가졌던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콘퍼런스는 나에게 앞서가는 교회들을 방문하고 배우는 시간을 제공해 주었고, 이 경험은 나의 장기 목회에 큰 도움이 되었다. 주로 방문하는 교회들이 미국인 교회들이기에 상황이 좀 달랐지만, 그래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 그리고 영감을 얻는 뜻깊은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3. 장기 목회를 위해서 3~5년을 단위로 새로운 내일을 위해 교회의 비전과 목회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과정(Visioning Process) 갖도록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교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교회도 우리 인간의 생명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정점을 유지하다가 쇠퇴와 죽음에 이르는 생명주기(Life Cycle)가 있다고 말한다. 비전을 세우고 자라면서 구조를 갖추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생동하는 교회로 자란 후에는 유지하는 단계(Maintaining Stage)에 접어드는데, 이때 다시 목회 현장과 커뮤니티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비전을 분별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은 쇠퇴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22년 동안 한 교회를 섬겼던 나의 목회 여정에서 5년마다 그리스도의 비전을 평신도들과 함께 분별하여 새로운 장기 계획을 세우고 목회에 반영했던 것은 참으로 보람 있는 은총의 경험이었다.

4. 비전수립 과정(Visioning Process)에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주어진 기간 동안 우리 교회가 무엇을 것인가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교회의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무엇을 하기를 원하시는지, 어떤 교회가 되기를 원하시는지 함께 기도하며 분별하는 일이다.

많은 교회가 열심히 계획하고 행사를 하지만, 교회의 주인 되시는 그리스도의 뜻과는 관계없는 행사와 계획들로 바쁜 경우도 많다. 교회의 갱신과 부흥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진정 그리스도의 교회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건강한 목회, 주님 앞에서 신실한 목회는 예수그리스도의 주님 되심(Lordship)을 목회 현장에서 고백하고, 주님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를 위한 목회자의 영적인 깊이와 성숙은 장기 목회의 중요한 모체가 될 수 있다.

5. 장기 목회는 내가 꿈꾸고 바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허락하실 기회의 문이 열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 40년 가까이 쇠퇴의 길을 걸어온 연합감리교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가지는 장기 목회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 교회에서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에 깊은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려면 4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또 교회의 깊은 변화를 위해서는 6년여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동안 연합감리교회 목회자들이 평균 4년마다 이동했다는 사실은 목회자와 교우들 사이에 서로 믿고 사랑하는 관계가 생겨서 이제 앞을 향해 나아갈 때면, 목회자가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지(Maintenance)에 초점을 맞추는 목회는 많았지만, 교회에 변화를 가져오고 방향전환(Turn Around) 시키는 목회(오랜 시간이 요청되는)는 많지 않았다. 그러기에 최근에는 교단적으로도 장기 목회의 중요성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 목회는 내가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목회지에서 나는 꼭 장기 목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교회와 나의 미래는 전적으로 주님의 인도 하심을 따라가겠다는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갖고, 한해 한해 신실하게 섬기다 보면 장기 목회로 이어지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목회지 이동의 문제는 목회자와 그 가정 그리고 교회에 깊은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보다 안정되고 규모가 있는 교회로 옮겨서 목회하고 싶은 마음은 연합감리교 목회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희망이다. 이를 위해 감독이나 감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중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나의 목회와 교회의 머리가 되시며 주님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하는 것이다. 파송에 대해서 감리사 및 교회 목회협조위원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주님의 인도 하심을 구하고, 함께 분별해 나가기 바란다. 주님은 오늘도 우리의 구름기둥과 불기둥이 되신다. 이 불기둥과 구름기둥이 떠오르지 않으면 있는 그 자리에서 충성스럽게 섬기고, 떠오르면 인도하심 따라서 나아가기 바란다. 주님의 인도 하심은 언제나 평탄한 길은 아니지만, 분명히 가장 좋은 길이다. 

글쓴이: 조영진 감독 youngjcho@vaumc.org , 연합감리교회 은퇴감독
올린날: 2017년 2월 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