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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사역축제를 마치고

 

“공사 중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화해사역축제를 마치고 (이창민 목사)

교회 본당 입구에 있는 등나무 넝쿨 밑으로 철판을 넣는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성도들이 오가는 길목인데 비가 올 때마다 넝쿨 밑으로 들이치는 빗물을 피할 방편으로 철판을 넣어 지붕 역할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철판을 등나무 밑으로 밀어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누군가가 기계로 등나무를 들어올리고 철판을 넣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마침 교회의 다른 공사 때문에 나오신 분들 도움으로 등나무를 위로 들어올려 철판을 넣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계로 등나무를 들으려 해도 등나무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등나무 밑에 쌓인 낙엽 때문에 그런가 싶어 청소를 한 후 시도를 했는데도 등나무 덩굴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어 정원관리회사에 부탁해서 등나무 제거 작업을 했습니다. 눈으로 볼 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십 수년간 얼기설기 올라간 등나무를 잘라내니 큰 트럭으로 두 대 분이 나왔습니다. 등나무 제거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건 꼭 칼을 대야 풀리네.” 그렇습니다. 덩굴을 만든 등나무는 그냥 풀리지 않습니다. 톱과 칼로 잘라 내야 겨우 풀어졌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등나무처럼 꼬여있는 것이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얽히고설킨 관계가 있습니다. 칼로 잘라내면 쉽겠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그런 갈등을 어떻게 하면 미리 예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화해 사역 세미나’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참석했던 워크숍이었는데, 그 동안 한인목회강화협의회를 중심으로 “건강한 신앙을 위한 관계와 소통의 지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사무총장 장학순 목사님을 강사로 모시게 되었고, 세미나의 제목을 “화해사역 축제”라고 정했습니다. ‘화해 사역’을 통해 영적인 축제를 연다는 의미였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세미나라는 이름이 너무 딱딱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고, 세미나와 함께 저녁 집회와 주일 예배까지 이 주제를 가지고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화해사역 축제”라는 이름처럼 세 번의 저녁 집회는 ‘화해’라는 주제로 열린 영적인 축제가 되었고, 주일예배는 화해의 제사가 되었습니다. 첫날 집회에서 인사법을 배웠습니다. “공사 중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실 이 말에 우리가 배워야 할 화해 사역의 원리가 다 담겨 있었습니다. 우선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라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이해하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관계를 잇는 것은 ‘사랑’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집중적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교회에서는 “지도자 훈련”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교회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임원, 제직, 선교회, 속회 임원들을 초대했습니다. 교회 지도자의 덕목 중 중요한 것이 바로 갈등을 관리하고 화해를 이루는 화해자(Peacemaker)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사용해서 갈등의 의미에서부터 성경이 말하는 화해의 비결까지 실질적인 정보를 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갈등 해소에 대한 체계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갈등을 마주하게 되면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합니다. 하지만 이번 “화해사역 축제”를 통해서 배운 것은 싸움과 도피 외에 제3의 길이 있는데, 그 길이 ‘화해의 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화해에 이르기 위해서는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갈등은 “사람들 간에 생각과 입장이 다름으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위기상황”이라고 정의됩니다. 그 갈등을 해소하는 첫 번째 노력은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그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입니다. 그 예로 웨슬리의 말이 갈등을 이해하고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본질적인 일에는 일치를, 부차적인 일에는 자유를, 모든 일에는 사랑으로.(In essentials, Unity; In Non-essentials, Freedom; In everything, Charity!”

더 나아가 갈등을 성서적으로 푸는 방법을 나누었고, 영화 “밀양”과 “미션”을 텍스트로 용서와 화해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화해 사역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모였습니다. 대부분의 성도가 교회와 직장, 가정에서 갈등을 겪었고, 또 겪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우들과의 관계, 때로는 자녀들과의 관계, 때로는 세상과의 관계에서 오는 아픔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화해사역 축제”를 마쳤을 때, 참여하신 분들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한 번의 세미나와 집회를 통해서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갈등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그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배웠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갈등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고, 또 갈등에 빠지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간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화해사역 축제”를 마치면서 빌리 그래함 목사님 사모님의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묘비명이 생각났습니다. 일생을 복음전도자의 동역자로 사역하신 루스 그래함 사모님의 묘비명에는 “The End of Construction. Thank You for Your Patience(공사 끝, 그 동안의 인내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공사중인 인생이지만, 그 공사가 있었기에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웠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그 동안 통행에 불편을 드린 분들께 죄송하고, 앞으로 더 나은 ‘화해자’의 인생을 살아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언젠가는 저도 그렇게 고백할 것입니다. “공사 끝, 그 동안의 인내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