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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디애나주 린덴우드 리트릿 센터에서 있었던 지난 2년의 영성형성 아카데미를 통해서 나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40일의 여정을 함께 나눈 공동체,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신앙의 동지, 기도의 친구들이 생겼다. 영혼의 울림을 주었던 선생님들의 가르침은 아마도 내 평생 수 없이 곱씹으며 되묻고 씨름해야 할 텍스트가 될 것 같다. 그들을 만나서 웃고 울고 춤추고 고민하고 얼싸안았던 모든 순간들을 통해서  나는 위로와 용기를 얻었고 도전도 받았다. 사랑과 돌봄을 받았고  은혜를 누렸다. 그들과의 만남은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선물 … 노래를 주셨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세상 가운데서  그 분의 임재 안에 있고자 할 때면, 세밀한 음성을 듣고자 멈출 때면,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그렇게 노래가 내게로 왔다. 때로는 시편 말씀으로, 때로는 피아노 선율로 하나님은 내게 말씀하시고 함께 하셨다.  처음엔 내 자신을 위해 노래했고 나의 찬양은 간절한 기도가 되었다. 그리고 세션이 지나면서 나는 함께 드리는 예배 시간에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를 잘 불러서,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거저 받은 은혜를 너도 나누어 주라고, 네가 만난 하나님을 고백하라고, 나의 노래를 부르라고,  수줍고 어설픈 나를 하나님은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 가운데로 밀어내셨다.

그렇다. 영성형성 아카데미를 통해 나는 무엇보다 내 자신을 만났다.
지난 십오년의 미국생활, 잘 살아보려 바둥대느라 차분히 앉아 내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바빴고, 나를 돌아볼 시간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 석달에 한번씩 일주일간의 여행을 통해서 나는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내 자신과 그리고 하나님과 보내게 되었다.  깊은 침묵과 교제의 시간을 통해서 나는 어그러지고 상처 투성인 나를 보았다. 삶에 찌들어  지쳐 있는 나를, 타인종 목회의 현장에서 많이 위축되고 중압감에 눌려 있는 나를 보았다.  어느새 소명과 직업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하는 위태로운 나를 보았다. 내 상처가 보이는만큼 남들의 상처도 보았다. 나를 보는만큼 그들이 보였고 이해와 용서에 한발치 다가설 수 있었다.

하나님 앞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를 내어 놓고 인정하는 일이 아팠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숨지 못했다. 하나님은 이미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호숫가에서, 샛길에서, 골방에서, 예배당과 강의실에서 나를 만나 주셨다. 부서진 빵으로, 어루어지는 화음으로, 시원한 바람 가운데, 사람들을 통해서 내게 오셨다. 아픈 기억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고 깨어진 이 모습 그대로 나는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거듭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보시듯이, 받아주시듯이, 성도들을 또는 가족들을 살아있는 모든 것을 대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라고 부둥켜 안으라고 말씀하셨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유난히 춥고 긴 시카고의  한 겨울날,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다시 한번 내 자신과 만난다 . 내 삶을 들여다 본다. 얼어붙은 대지 가운데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현존을 들여다본다.  조바심과 걱정, 큰 일을 이루려는 욕심과 교만함을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멈추어 선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안아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기다린다.  오늘도 내일도, 이 순례의 여정이 다하는 그 날까지. 

류미숙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