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장수 사진 찍던 날

 

“자 김치~ 웃어보세요.” 어색한 웃음을 하신 어른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하나씩 그려집니다. 지역 사회를 섬기는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하던 차에 노인회 어른들 영정사진 찍는 행사를 생각했습니다. 타이틀도 기분 좋게 ‘장수 사진 찍는 날’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영정사진이란 것 아시지요. 그런데도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여유와 담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아침 일찍부터 꽃단장하신 노인들이 모였습니다. 얼마 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고 떨립니다. 특별히 오늘은 천국 여권에 넣을 증명 사진이라니 더욱 그렇습니다. 찰나의 촬영이 끝나고 사진을 보시면서 다들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고 내가 이제 많이 늙었네. 이 주름 좀 봐봐. 할아버지가 됐어.” 요즘엔 컴퓨터 기술이 좋아서 주름은 다 지워드릴 테니 걱정 마시라고 했지만 미더운 듯 손사래를 치십니다. 흘러간 세월이 못내 야속합니다. 쏜살같습니다.

개인 사진을 찍고 났는데 할머니 몇분이 오셨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간신히 가누고 계신 백발의 할머니를 또 다른 할머니가 모셔왔습니다. 알고 보니 엄마와 딸입니다. “목사님, 죄송하지만 엄마하고 저하고 같이 사진 한번 찍을 수 있을까요?” 치매를 오래 앓고 있는 엄마의 머리를 연신 빗어드리며 그 딸이 말합니다. “엄마, 오늘 천국 사진 찍는 날이야. 나랑 같이 예쁘게 찍자. 알았지?” 그렇게 엄마와 딸 할머니들은 또 다른 추억을 남깁니다. 연이어 다른 할머니 두 분이 오셨습니다. “목사님, 이 친구하고는 삼십년 오랜 친구입니다. 같이 사진 한 방 박으면 좋겠는데요.” 두 분의 우정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여기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어르신들은 이날 이렇게 어색한 웃음을 짓습니다. 준비해간 떡을 함께 나누며 한바탕 노래방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주 올랜도 노인회 장수 사진 찍던 날의 모습들입니다.

장수 사진 찍는 날 행사를 하면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첫째로 우리 교회가 동네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견스러웠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하는 기쁨이 하나라면 함께하는 기쁨은 열배입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한 사랑과 헌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큰일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큰 사랑을 가지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가 이번 장수 사진 행사를 통해 사랑과 헌신으로 동네를 섬길 수 있었다고 하는 것은 이것 자체로 우리에게 축복입니다.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둘째로 우리가 모두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일 아침에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장 먼저 어린 지아와 힘센 지후를 데리고 아침부터 씩씩하게 달려와 준 보연자매, 피아노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사진촬영 도우미 역할을 감당해준 최경애 성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해줄 화장품을 한 가방 들고 와준 메이시와 가족들, 함께 맛있게 나눌 떡을 픽업해오신 서용진 권사님과 장로님, 파란 티셔츠를 커플 옷으로 입고 함께하신 이정우 집사님과 아내분, 그리고 모처럼 쉬는 화요일 아침을 뒤로하고 달려와 주신 이옥남 권사님, 또한 기도로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형편이 되고 시간이 남아서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먼저 내 시간을 쪼개고 가진 것을 과감하게 나누는 것이 축복의 믿음입니다. 맨날 받기만 하는 축복은 썩어져 버립니다. 쓰지도 않을 것을 많이 달라 하는 것이 욕심이고 설령 받는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대신 나누고 흘려보내는 축복의 통로가 될 때 하나님의 축복은 더해집니다. 그런 성도들과 교회가 참된 축복의 통로입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고맙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디 교회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옛날보다 교회가 많이 부흥했나 보다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답 대신 웃어 보여드렸습니다. 저희가 오히려 감사하다 했습니다. 진짜 부훙이란게 이런 것 아니겠냐는 말씀으로 대신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대략 40여 분께서 사진을 찍으셔서 집에 와 컴퓨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분들 사진을 모니터에 한장 한장 넘기며 천천히 자세히 봅니다. 그런데 문득 그분들 눈망울이 진줏빛으로 보입니다. 진주는 눈물이라고 했습니다. 옥색의 진주 같은 눈망울 속에 비치는 희미한 인생의 슬픔과 회한, 기쁨과 한숨, 그리고 이제껏 짊어지고 오신 인생의 무게가 보입니다. 옥색의 진줏빛 눈망울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저를 포함한 모든 인생의 현실이고 한계입니다. 그렇기에 예수그리스도의 부활과 영생이야말로 우리 인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축복 중의 축복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헌신하고 희생하고 순교자의 각오로 말이지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냥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하는 것도 하나님의 일입니다. 목사지만 저는 목회하는 게 항상 좋지는 않습니다. 싫을 때 많습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목회다 생각하고 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 장수 사진 촬영도 평소에 사진을 좋아하는 나의 취미를 목회다 생각하고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재미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평소에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나님의 일로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힘든 일 말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시간 없어서 못하는 것 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것을 하는 겁니다. 억지로 참고하는 것 말고 안 하면 못 참는 그런 일 말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교회들이 이미 하는 것 말고 다른 교회가 안 하는 것을 했으면 합니다. 이번처럼 계속 우리가 모두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장수 사진 찍으며 우리 모두 기쁘게 축복을 나눴고 이미 그것으로 우리는 행복합니다.

글쓴이: 김호진 목사/ 올랜도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6년 9월 15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