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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를 부르는 기적의 삼각김밥’ 이야기

 

“목사님, 기말에 삼각김밥 한번 팔아 볼까요?”

지난해 11월, 그러니까 메디슨한인연합감리교회가 개척되어 첫 예배를 드린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속회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기말고사 기간이면 도서관에 한국학생들 많거든요. 삼각김밥으로 밥도 먹이고, 교회도 알리고 또 그 돈으로 좋은 일도 하면 어때요? 그거 만들기도 별로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않아도, 한달 전 한인목회강화협의회에서 주관한 개척사역자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이 자꾸 떠오르던 참이었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 Missional Church로서의 DNA를 가져야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제 막 시작된, 그것도 대부분 유학생들로 이루어진 교회에서 어떻게 그런 DNA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함께 생각해낸 “삼각김밥”이었습니다. 처음엔 한 100개 정도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만에 350개가 넘게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모두 Imagine No Malaria Fund로 보냈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UW-Madison의 새로운 학생을 만날 때면 종종 이런 인사를 들었습니다. ‘아, 김밥 팔던 목사님이시죠?’

유학생들은 교회에 밥 먹으러 온다고요?!

그렇게 시작한 ‘A를 부르는 기적의 삼각김밥’이 이번 학기로 두 번째를 맞았습니다. 지난 5월 10일, 주일 예배가 끝난 후 지하 식당에 열댓 명의 청년들이 남았습니다. 자기들도 시험 기간이지만, 친구들에게 ‘좋은 일 하는 김밥’을 만들어 팔려고 남은 사람들입니다. 예배인원이 보통 30명쯤 되는 작은 새 교회이기에, 그 정도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모인 듯합니다.
‘이건 속이 너무 많다’, ‘너무 꽉 누르지 말아라’, ‘이건 니가 사라!’… 격론(?)을 거듭하며 즐겁게 삼각김밥을 만듭니다. 이날 주문량은 380개 그리고 월요일까지 이틀 동안 총 550개의 삼각김밥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홍보와 배달/판매까지 생각하면 교회의 모든 멤버가 이 일에 동참한 셈입니다.
삼각김밥 판매사역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삼각김밥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거든요. 참치마요와 고추장소고기볶음, 두 가지 메뉴를 준비하였는데 – 한국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 두 가지라고 합니다 – 속이 준비되어 있다면 삼각김밥 김을 깔고, 틀에 넣고 누르고 싸기만 하면 됩니다. 어린아이들이 언니 오빠에게 하나씩 떼어주는 테이프도 큰 도움이 됩니다.
유학생 사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밥하기’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 친구들, 밥을 참 맛있게 잘 먹습니다. 그런데 이날 최선을 다해 삼각김밥을 만드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껏 교회에서 마음껏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무얼 할지 몰라서 그냥 밥만 먹고 돌아간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주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이제껏 ‘의미 있게 수고할 수 있는 일’을 기다려 온 듯합니다.
그날, 생각보다 일이 조금 늦게 끝났습니다. 한 청년을 도서관에 내려주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목사님, 저 내일 아침에 시험 있어요. 기도해 주세요’ ‘그럼 좀 일찍 가서 공부하지 그랬어요?’ 핀잔하듯 물었지요.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마음이 좋아서 공부도 더 잘되겠어요’ 그 날 시험 잘 봤는지 모르겠네요:)

삼각김밥, 교회와 이웃의 다리가 되다.

삼각김밥의 주문은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와 연결된 구글 Docs로 받았습니다. 카카오톡으로도 구글 Docs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광고를 하였고요. 구글 Docs에는 메뉴와 수량, pick up 날짜를 기재함과 동시에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를 남기게 하였습니다. 정해진 시간 (저녁 8시부터 9시 사이)에 정해진 장소(도서관 앞)에서 미리 주문한 김밥을 픽업해가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음식을 쉽게 먹을 수 없는 동네에서 비교적 싼 가격 (한 개 $2, 세 개 $5) 에 판매하다 보니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행사가 모두 끝나면, 구글 Docs에 남겨진 이메일 주소로, 수익금을 Donation 한 영수증 이미지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여러분들께서 사 주신 삼각김밥 덕에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말이죠. 김밥도 먹고, 시험도 잘 보고, 생명도 살리고!!
개척교회 사역자로서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메일을 통해 교회의 존재와 사역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개척을 시작하자마자 이 동네의 한인들과 접촉점(connection point)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하루종일 시내와 학교를 돌아다녀도, 한국사람을 만나 제 소개를 하고 교회에 초대할 수 있는 경우는 몇 번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매우 짧고 피상적인 만남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왜 이리 한국사람처럼 보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많은지요.^^ 그런데 김밥을 팔면서는 이틀 동안 자연스럽게 100명이 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김밥을 넘겨주면서 간단하게 교회 소개를 하거나 예배에 초대하기도 훨씬 수월하였지요. 무엇보다 “교회가 착한 일을 한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착한 일 하는 교회

이번 학기 수익금은 네팔 지진피해 구호성금으로 보내집니다. 시험 기간 중인 학생들을 잘 먹이는 일도 이번 사역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보니 삼각김밥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않았음에도 550개 정도 판매하니 700불 정도의 이익이 생겼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김밥 만들기를 시작하는데 이웃 주민 한 가정이 교회를 찾아 왔습니다. 몇 번 교회로 초대했지만, 남편이 불자라며 정중하게 사양하던 가정입니다. 교회가 하는 ‘착한 일’에 동참하고 싶어서 오셨다고 하십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늦장을 부리느라 예배에는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십니다. 어찌나 마음이 기쁘던지요.
그리고 조금 있으니 작업이 한창인 식당에 다른 세 사람이 들어옵니다. 우리 교회의 한 자매님과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의 간호사들입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들렀다는데, 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합니다. 한번 먹어 본 적도 없을 텐데, 삼각김밥 몇 개를 신기한 표정으로 사가지고 돌아갔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고 해도 끝내 돈을 지불하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A를 부르는 기적의 삼각김밥’을 판매하면서 가장 감사했던 것은, 우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성령님(빌 1:6)을 함께 확인하였다는 것입니다.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어린 교회이지만 삼각김밥을 통해 섬김의 기쁨, 동역의 힘 그리고 성도의 자부심을 배워갑니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다음 학기엔 이렇게 팔아보자는 이야기를 하네요.

김밥을 픽업하며 한 형제가 묻습니다. ‘목사님 이거 먹고 공부하면 진짜 A 받을 수 있나요? 아니면 과장광고 하신 건데…’ 그 청년에게 이 말을 미처 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 A는 ‘학점 A’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는 ‘믿음의 A’라는 걸 말입니다.   

글쓴이: 한명훈 목사, 메디슨한인연합감리교회, WI
올린날: 2015년 6월 1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