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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부지역 한인연합감리교회 협의회 목회자 가족수양회

 

“광야의 영성 ‘The Spirituality of the Wilderness’”라는 주제가 피부로 와 닿을 만큼 뜨거운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2017년 서부지역 목회자 가족수양회를 150여 명의 목회자와 가족들이 함께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40여 년의 기간 동안 한결같이 열린 연례행사이지만, 매년 참석하는 목회자 가정 대부분에게는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는 모임입니다. 은퇴 목사님들의 소회처럼 세 살배기 어린 자녀가 이제 40대 중년 가장으로 성장하는 동안 함께 했던 추억의 저장소와 같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함께했던 대부분의 목회자와 그 가정에게 매년 또 다른 기억들을 만들어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남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수양회를 통해서 목회자들에게는 목회의 소중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고, 목회자 가정에는 편안한 쉼터가 되어 서로의 벽을 허물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특별히 금년도 수양회는 광야 같은 목회의 현장에서도 은혜의 빛 가운데 거할 때 미처 깨닫지 못한 하나님의 은총을 재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제로 계획되었습니다. 3박 4일의 여정을 위해 수없이 지나쳐야 했던 광야 길은 목회자들에게 지나온 자신의 사역 여정을 다시 한번 성찰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아침 경건예배와 저녁 집회를 통해서 하루의 과정을 되짚으며 광야 가운데 만난 은혜의 빛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예배 가운데 동료 목사님들이 전하는 말씀의 나눔은 유난히 듣는 모두의 마음에 더 깊이 와 닿을 만큼 서로의 목회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저녁 집회에는 나바호 지역에서 인디언 선교를 12년째 하고 계신 한명수 선교사님을 통해 미국 원주민 인디언을 위한 사역과 이 과정에서 겪었던 선교사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수도와 전기가 연결되지 않은 가구가 50%가 될 만큼 미국의 주류사회와는 철저하게 격리되어 소외된 인디언들의 척박한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강도 만난 이웃을 지금껏 외면했던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격리는 인디언들 스스로 바깥세상과의 차단을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선교사님이 다가서는 것조차 거부할 만큼 저항과 무시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들 속에 다가가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은 나바호 부족으로부터 가족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교사님을 부르는 나바호 이름 중의 하나가 “Yá'át'ééh Shiyáázh (사랑하는 내 아들아)”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을 받아 떠난 인디언 선교사에서 이제는 그들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제 나바호 부족의 이웃들은 그를 “좋은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 말로 친구란 “내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선교지에서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호칭이 또 있을까요? 나흘의 광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고 부르고 계신다. 그리고 보내신 목양지에서 주님의 자녀들을 위한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셨다’고 말입니다. 더불어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목회자 가족수양회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딸이라는 소명을 재확인하고, 서로를 보듬어 안아주는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광야의 충만한 은혜 가운데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목회자 자녀들을 바라보며, 또 다른 40년의 여정을 기대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언젠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어 우리 서로의 추억 저장소를 빼곡하게 채워갈 이야기를 생각하니 벌써 내년의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 열린교회, CA
올린날: 2017년 7월 1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