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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선교대회(내 마음을 수놓은 빛나는 별들)

 

이슬 같은 동그란 이마 밑에 드리운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
어둠을 밝히는 밤하늘의 별처럼 푼타카나 교회에서 만난 1천여 개의 아이들의 눈동자는 별처럼 내 마음을 수놓았다.
카리브제도의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내디딘 첫 선교 발자국…

의료와 보수, VBS(여름성경학교)로 나누어진 사역 중에 VBS팀에 속한 나는 어린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푼타카나 근교의 한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 천장에 매달린 하얀 선풍기는 후끈한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갓난아기를 껴안고 있는 16세의 어린 엄마… 잠든 동생을 무릎 위에 비스듬히 눕혀 놓은 7~8세의 누나... 긴 나무 의자에 어깨를 맞대고 앉은 1백 오십여 명의 아이들이 현지인 성경교사가 가르치는 예수님과 죄의 이야기를 긴 목을 빼고 경청하고 있다. 교사가 던지는 질문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들고 발을 구르며 자신을 지목해 달라고 소리친다. 성경퀴즈와 성경 구절 외우기를 곧잘 한다.
먹고 마실 것이 귀하듯이, 구경거리가 드문 아이들, 하지만 문명에 물들지 않아 오히려 때 묻지 않은 빈 도화지 같은 이들에게 하나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비옥한 토양처럼 스며들고 있는 듯 느껴졌다.
눈을 들면 볼거리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미국땅에서 살아가는 내게, 성경은 많은 읽을거리 중의 하나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총명한 눈빛을 반짝이고, 입술 가득 자랑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성경을 외워보았던가? 나의 지식과 문명은 오히려 나를 가랑비처럼 때 묻히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단체 수업이 끝나고 삼삼오오 그룹으로 모여 있는 시간, 나는 스페인어 전도지를 펼쳐 곁에 앉은 어여쁜 소녀를 겨드랑이 가까이 바싹 끌어당겨, 전도지를 함께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디오스 떼 아마(하나님은 사랑), 첫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미 닭 주변에 병아리 모여들듯 나의 주변을 도미니카 소년, 소녀들의 따뜻한 체온과 올려다보는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감싼다. "디오스 에스 크레아도르, 디오스 에스 아모르, 디오스 에스 산토" (하나님은 창조주, 사랑, 성스러움)를 한 문장씩 돌아가며 읽자, 서로 읽겠다고 욕심을 부린다. 얼굴이 커다란 15세 소년이 한쪽 팔꿈치로 어린 소년을 저지한 채 자기가 먼저 읽겠노라고 눈짓을 보낸다. 한 소년은 전도지를 보여 주어도 읽지 못하고 내 얼굴만 빤히 올려다본다. 생글거리는 미소만 날릴 뿐… 하이티에서 국경을 넘어온 가난한 소년인듯하다. 스페인어를 읽을 줄 모르는 눈치다. 아니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는지 모른다.
그렇게 몇십 분 동안 우리들은 하나가 되어 전도지를 큰소리로 외치며 돌려 읽고 또 읽었다. 그 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거리로 나가 전도할 사람? 하고 외치자 조금 전까지 전도지를 읊조리던 아이들이 의자에서 벌떡벌떡 일어나며 서로 나가겠다고 고함친다. 마침내 온 교회의 크고 작은 아이들이 모두 한 그룹이 되어 춤추는 따사로운 햇살을 커튼처럼 받으며 손에 손잡고 거리를 돌며 다시 하나님은 사랑이심을 외치고 또 외쳤다. 동네길 모퉁이에 마이크를 틀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워십댄스를 추기도 했다. 집회신고를 위해 경찰을 부를 필요 따윈 없었다. 집 앞으로 나온 주민들이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들에게 무언의 응원을 보내주었으니까... 휘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자 그동안 보지 못한 수많은 낯선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교회 안에 차고 넘쳐 났으니까...

그렇게 아이들과 하나 되어 한나절을 보내자 수백 개의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가 내 마음에 별똥별 되어 하나둘 들어 오기 시작했다. 3일 동안 모두 세 교회에서 5백여 명의 아이들의 1천여 개의 깊은 별 눈동자를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내 마음은 어느덧 아이들의 순수함에 물들어 마음에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다음에 다시 이들을 만나러 올 수 있다면, 덜 부끄러운 모습으로 만나고 싶어 순진한 아이들을 가슴으로 더욱 진하게 꼭 껴안았다.

저녁 집회 시간, 아르헨티나 장영관 선교사와 도미니카 전재덕 선교사가 말씀을 전하는 시간. 작은 사역이나마 한나절 땀 흘리며 선교지를 온몸으로 경험한 후 듣는 선교 현장의 생생한 말씀은 구구절절 가슴으로 들어왔다.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에서 만나는 좋으신 그 하나님을 나도 오늘 만나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설렘에 가슴이 뭉클했다.

김명임 목사의 GBGM (총회세계선교부) 소개는 나의 좁은 시야를 한국과 몽골 등으로 좀 더 넓혀 주었다. 의사로 퇴임 후 70세의 나이에 푼타카나 현지에서 선교사로 파송 식을 받은 배성호 목사는 또 얼마나 근사해 보였는지... 미국 각지의 크고 작은 11개 한인 연합 감리교회에서 모인 성도들과 한팀이 되어 함께 사역하며 우리는 서로를 응원했고 낯선 선교지에서 함께 땀 흘리며 한솥밥을 먹으며 웃고 담소하며 같은 간증을 공유한, 40명의 정겨운 디트로이트연합감리교회 대가족이 생겨났다. 함께 나눌 추억은 보너스로 얻었다. 도미니카 선교대회는 현지 아이들의 별사탕 같은 반짝이는 눈동자와 함께 내게 각종 종합 선물세트를 안겨 주었다.

글쓴이: 김영신 집사 / 디트로이트한인연합감리교회, MI
올린날: 2015년 9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